아이 수학교육,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수학교육을 전공한 엄마이자 현재 6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저 역시 이 질문 앞에서 깊이 고민했어요. 다양한 교구와 커리큘럼 속에서 제가 선택한 건 바로 ‘가베’였습니다. 단순히 블록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가베는 수 감각, 도형 이해, 공간 지각력 등 수학의 기초가 되는 개념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해주는 도구예요. 이 글에서는 연령별로 어떻게 가베를 활용해 수학교육을 시작할 수 있는지 실제 경험과 함께 자세히 안내드릴게요.
1. 3~4세: 가베에 ‘익숙해지기’부터 시작해요
가베 수학 교육의 핵심은 ‘놀이 속에 수학이 있다’는 접근이에요.
3~4세 아이들은 아직 숫자나 도형의 개념보다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관찰하는 경험 자체가 중심이 돼야 해요. 그래서 이 시기에는 1가베(공), 2가베(정육면체), 3가베(육면체 조합)을 중심으로 단순한 놀이부터 시작하면 좋아요.
제가 아이와 처음 했던 활동은 아주 단순했어요. 정육면체를 손에 쥐고 “이건 네모야. 몇 개야?” 하고 하나씩 세보는 식으로 시작했죠. 이때 중요한 건 아이가 ‘수’를 개념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수를 ‘세는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이에요.
색깔별로 정리하고, 쌓아보고, 무너뜨리고… 그러면서 아이는 도형의 모양, 균형, 수량 등을 몸으로 익혀요. 특히 “몇 개 있어?”, “하나 더 가져와 볼까?” 같은 질문을 자주 던져주면 수 감각이 점점 생겨요.
이 시기에는 결과를 기대하지 않고 가베에 대한 친숙함과 탐색 자체가 목적이에요. 교구를 정해진 방식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아이의 자유로운 손 움직임을 존중하며 관찰자로서 함께하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 5~6세: 도형과 수 개념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5~6세쯤 되면 아이들이 도형을 구분하고 수량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해요. 저희 아이도 5살 무렵부터 “삼각형은 뾰족해”, “이건 네모 4개야” 같은 말을 하기 시작했죠. 이때부터는 3가베, 4가베, 5가베 등 조금 더 다양한 모양과 조각을 활용해보는 걸 추천해요.
저는 아이와 함께 도형으로 집을 만들어보자고 유도했어요. 삼각기둥을 지붕처럼 얹고 네모난 블록을 벽처럼 쌓으며 “지붕은 몇 개야?”, “벽은 몇 개?” 하며 대화를 나누었죠. 그러면서 “하나 더하면 몇 개야?”, “두 개를 빼면 뭐가 남지?” 같은 기초 연산 개념을 자주 접하게 되었어요.
또 하나 좋았던 건 대칭 만들기였어요. 왼쪽에 만든 모양을 오른쪽에 똑같이 만들어보자고 하면 아이가 집중하고 관찰력이 쑥쑥 자라요. 수학에서 중요한 공간 인지력도 자연스럽게 길러지죠.
이 시기부터는 간단한 수 게임도 같이 했어요. 예를 들어 “가베 블록 중 3가지 색만 모아서 몇 개인지 세어보자” 같은 활동이요. 이런 놀이가 반복되면서 아이는 수학적 사고를 놀이 속에서 체험하게 되고 자신감도 생기더라고요.
3. 7세 전후: 패턴, 규칙, 창의적 사고까지 확장해요
7세가 가까워지면 아이는 수학을 ‘놀이’뿐 아니라 ‘논리’로 접근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이 시기부터는 6~7가베의 얇은 판 조각이나 8가베의 혼합 입체 조각을 통해 패턴 만들기, 대칭 확장, 구조물 구성 같은 활동을 자연스럽게 시도할 수 있어요.
저희 아이는 “엄마, 여기에 이 블록을 더하면 어떻게 돼?”라는 질문을 종종 했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어디 한번 해보자~” 하고 함께 실험해보는 식으로 대응했어요. 그러면서 ‘블록 하나가 전체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는 연습을 하게 됐죠.
또 가베 조각들을 활용해서 숫자 카드와 연결한 놀이도 매우 효과적이었어요. 예를 들어 5라는 숫자 카드 옆에 가베 블록을 5개만 놓을 수 있게 유도하거나 2+3의 구조를 색으로 구분해 놓는 식이에요. 시각적으로 수를 보여주니 아이도 훨씬 빠르게 이해하더라고요.
이 시기의 아이들은 ‘왜?’라는 질문이 많아지기 때문에, 가베로 ‘수학적 사고 실험’을 해볼 수 있는 최적기라고 느껴졌어요. 창의적이면서도 규칙을 찾아가는 과정은, 단순 연산보다 훨씬 깊은 수학적 기초가 되더라고요.
수학놀이 교육을 시작하는 엄마들에게
가베는 단순한 블록이 아니라 아이의 수학적 사고를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길러주는 교구예요. 연령에 따라 접근법만 잘 조절하면, 누구나 집에서 어렵지 않게 수학교육을 시작할 수 있어요. 수학교육 전공자이자 엄마로서 제가 느낀 건 정답보다 중요한 건 아이의 시선에 맞춰 ‘즐겁게’ 수학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에요. 오늘부터 단 한 개의 블록이라도 아이와 함께 ‘수학’을 놀이처럼 시작해보세요. 그게 최고의 엄마표 수학교육의 시작이 될 거예요.